갤러리 초대전/기획전 전시
다양체(Multiplicity)
《다양체》는 “우리는 비슷해 보이지만 결코 같은 존재가 아니다”라는 일상적인 인식에서 출발한다.
- 작가
- 고소미
- 장소
- 서울 합정 · Space Tone
- 기간
- 2월 24일 - 8월 20일
- 카테고리
- 복합, 조각
전시 소개
전시는 각 층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제와 의미를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1층은 외부에서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쇼윈도 형태의 통창 공간으로, 높낮이를 달리한 행잉 조명이 풍부한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몽글몽글 떠오르는 기억, 그 중심에 머무르고 싶은 감각’을 공간적으로 구현한다. 입체적인 콘크리트 벽과 콩자갈 바닥의 회색 톤 위로 따뜻한 빛이 스며들며 재료의 물성과 형태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서로 다른 높이로 매달린 조명은 ‘같은 듯 다른 존재들’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관람자는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유리면에 비친 반사 이미지는 작품과 관람자, 외부 풍경을 한 겹 더 중첩시키며 끝없이 접히고 펼쳐지는 감각을 확장한다.
지하는 1층과 대비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위에서 매달린 형태가 아닌, 아래에 쌓였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듯한 연출은 마치 구석에 모였다가 흩날리는 먼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큰(sunken) 구조를 통해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이 공간은 단순히 닫힌 지하가 아니라 외부와 이어지는 장면으로 작동한다. 또한 사선으로 형성된 좁은 측면 공간은 양쪽에 설치된 대형 전신거울과 함께 관객 참여형 경험을 유도한다. 관람자는 고개를 숙여야만 통로를 지나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이를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로 해석하며, 현대 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미덕으로 제안한다. 한편, 벽면에 투사된 작업 과정 영상은 거친 콘크리트 표면에 의해 미묘하게 굴절되며, 현실과 가상,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2층은 지하와 달리 양쪽이 테라스로 열려 있어 바람이 흐르고,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스며드는 공간이다. 이곳에 설치된 <빌린 풍경>은 ‘차경(借景)’의 개념을 호출한다. 외부의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창과 빛을 통해 내부로 끌어들여져 감상의 일부가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은 한지의 투과성과 맞물리며 작품의 인상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관람자가 작품 주위를 천천히 순환할 때, 존재와 부재, 형태와 여백, 내부와 외부의 경계는 선명해지면서도 동시에 흐려진다. 빛의 변화에 따라 같은 한지가 서로 다른 색과 결을 드러내듯, 관람의 시간 또한 작품의 일부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들려오는 미싱 소리, 물레를 밟는 소리, 실을 감는 소리는 자연의 기운과 어우러지며, 관람자의 내면에서 생성되는 감각과 함께 작품의 의미를 완성한다.
-출처: Space Tone 홈페이지(https://spacetone.org/ko-so-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