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초대전/기획전 전시
《흐르지 않는 물, 번지지 않는 불》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엄은솔의 화면은 놀라울 만큼 고요하다. 깊은 물속에서도 인물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거센 불길 앞에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이어간다.
- 작가
- 엄은솔
- 장소
- 서울 강남 · 김리아갤러리
- 기간
- 7월 23일 - 8월 15일
- 카테고리
- 회화
전시 소개
작가는 자연을 인간과 분리된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자연은 인간을 품어주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물은 모든 것을 삼키고 불은 모든 것을 태우는 절대적인 힘이기도 하다. 인간은 그 앞에서 동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품는다. 이러한 양가적인 감정은 화면 속에서 '흐르지 않는 물'과 '번지지 않는 불'이라는 역설적인 풍경으로 드러난다. 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고, 불은 번지지 않는다. 엄은솔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연을 회화라는 장치 안에 담아 둠으로써, 결코 머무르지 않는 대상을 곁에 두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인간이 세운 그 경계는 끝내 허상에 불과하며, 고요한 정경은 오히려 인간의 불완전함을 드러낸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향한 이러한 시선은 전시의 주축이 되는 회화를 중심으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자화상 연작과 드로잉을 통해 또 다른 결로 확장되며, 서로 다른 형식의 작업들은 인간과 자연, 현실과 환상이 만나는 순간을 각기 다른 거리에서 응시하며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 나간다.
《흐르지 않는 물, 번지지 않는 불》에서 물과 불은 인간이 끝내 붙잡을 수 없는 세계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마음이 빚어낸 풍경이다. 거대한 힘 앞에서 인물들이 보이는 평온함은 저항도 극복도 아니다. 오히려 삶의 일부로 그 힘을 받아들이려는 조용한 몸짓에 가깝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엄은솔은 인간이 세계와 조우하는 순간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엮어내며, 그 만남의 흔적을 화면 위에 기록해 나간다.
- 출처: 김리아갤러리 -

